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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끊었더니 감정 기복이 줄었다? – 비건 식단과 기분의 상관관계

by 콩콩이zz 2025. 6. 9.


요즘 따라 이유 없이 예민하거나, 감정이 널뛰듯 오르락내리락하는 날이 많다고 느끼시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고, 특히 고기 위주의 식사를 자주 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식단을 바꿔보자는 생각에 고기를 줄이고 채소와 곡물을 중심으로 한 식단을 시도하게 됐죠.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감정이 훨씬 안정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단순한 기분 탓일까 궁금해져 관련 내용을 찾아봤고, 음식과 감정 사이에 꽤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변화와 함께, 식단과 감정 기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나눠보려 합니다.

 

고기를 끊었더니 감정 기복이 줄었다? – 비건 식단과 기분의 상관관계
고기를 끊었더니 감정 기복이 줄었다? – 비건 식단과 기분의 상관관계

1.고기를 줄이자 감정 기복도 줄었다? 직접 체험한 감정의 변화

“요즘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시기가 있었다. 별일 아닌데 예민해지고, 작은 실수에도 마음이 가라앉고, 그러다 또 별안간 웃고.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은 파도처럼 요동치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기 나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습관이 있었고, 특히 육류 중심의 식사를 자주 했다. 고기, 특히 가공육이나 기름진 고기를 먹고 나면 기분이 잠깐 좋아졌다가 곧 다운되는 걸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비건 식단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끊기보다, 우선 고기를 끊고 채소·곡물 중심의 식단으로 바꾸는 실험이었다. 3일, 1주일, 2주일…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를 체감했다. 바로 감정 기복이 줄어든 것이었다. 물론 외부 자극이나 스트레스는 여전히 있었지만, 내 감정의 기초 상태가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런 우울함이나 불안감이 훨씬 줄었고, 짜증도 전보다 빨리 사라졌다. 단순히 ‘기분 탓’이라기엔 일관된 변화였다.

당시 내 변화가 과연 식단 때문인지 궁금해져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다.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특히 육류 소비가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의 정신 건강 이슈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꽤 많았다. 반면, 식물성 식단은 장 건강을 개선하고, 그에 따라 기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논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내 체험이 단지 우연이나 심리적 효과만은 아니었다.

 

2.과학적으로 보는 식단과 감정의 연결 고리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행복 호르몬), 도파민(보상 호르몬),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등의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조절된다. 그런데 이 중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뇌가 아니라 장(腸)에서 생성된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장–뇌 축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의 장이 뇌처럼 감정과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이 장내 환경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음식이다.

육류, 특히 가공육과 고지방 식품은 장내 유익균을 줄이고, 염증을 유발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반면 채소, 통곡물, 견과류, 콩류 등의 식물성 식품은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데 탁월하다. 유익균이 많아지면 장의 염증 반응이 줄어들고, 이는 곧 세로토닌 분비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고기 섭취를 줄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감과 불안 증상이 낮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식물성 식단은 혈당 변화를 보다 완만하게 해준다. 육류나 가공식품, 설탕이 많은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올렸다가 떨어뜨리는 특징이 있다.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뇌는 위기를 감지하고 예민하거나 짜증나는 감정을 유발한다. 반면, 채식 위주의 식단은 혈당 변화를 천천히 유도하면서 감정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많이 먹을 경우 트립토판(세로토닌의 전구체) 흡수가 방해받는다는 설도 있다. 트립토판은 식물성 단백질, 특히 두유, 병아리콩, 바나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뇌에서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데 필요하다. 따라서 고기를 줄이고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은 꽤 설득력 있다.

 

3.비건은 마음을 가볍게 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비건 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사람마다 체질과 생활 방식이 다르고, 영양 흡수 방식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나에게는 고기를 줄이고 식물성 위주로 식사하는 것이 감정의 안정성을 높여준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고기류로 포만감을 채우며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그 만족감은 잠시일 뿐, 곧 무기력함이 밀려왔고 자책감이 따랐다. 지금은 식사 자체가 나를 가꾸는 행동 이자, 마음을 돌보는 루틴으로 느껴진다. 내 몸이 가볍고 편안하니 마음도 따라 편안해진다. 식단이 달라지니 라이프스타일 전체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달라졌다.

또한, 음식 선택을 통해 타인이나 동물, 환경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함께 느끼는 경험도 내 감정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나 혼자 건강해지겠다 는 태도가 아니라, 내 선택이 조금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감정은 예상 외로 꽤 큰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모든 사람에게 완전한 비건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만약 당신도 최근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예민하거나, 무기력함이 반복된다면 한 번쯤 비건 식단을 잠시 실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있을 수 있다. 아주 작은 변화로도 마음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