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학교나 책에서 배우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보다 더 깊고 진한 가르침은 삶 그 자체에서 옵니다. 예상하지 못한 실패, 놓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소중함, 아픔을 견디며 피어나는 단단함—삶은 매 순간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왜 나에게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럽고 괴로울지라도, 시간이 흐른 후 뒤돌아보면 결국 모든 경험이 하나의 수업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삶은 매일같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때론 지치고 무력해질 정도로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실망과 후회의 시간은 결국 우리를 더 넓은 이해와 깊은 공감으로 이끌고, 그 덕분에 타인의 아픔을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삶의 가르침은 늘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다가옵니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삶이라는 학교의 학생으로 살아가며,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방황하며 나름의 길을 찾아갑니다. 중요한 건, 그 여정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살아오면서 삶에게 배운 네 가지 중요한 가르침에 대해 나누어보려 합니다. 이것은 단지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고백일 수 있지만, 누군가의 마음에도 작게나마 울림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학교의 학생이니까요.
1.고통은 회피가 아닌 통과의 대상이다
살다 보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꿈꾸던 일의 실패, 원인 모를 우울함과 무기력함. 이런 순간이 닥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집니다.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아서 애써 웃거나, 바쁘게 움직이며 괜찮은 척하며 살아갑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아픔을 애써 무시하고 도망치려고만 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습니다. 고통은 회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오히려 감정의 바닥까지 내려가 그 안을 충분히 느끼고, 울고, 멈춰서 그 시간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그 너머의 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요. 통증을 무시한 채 계속 달리기만 한다면 결국엔 더 크게 무너지게 되지만,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시간을 온전히 겪으면 그 안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됩니다.
고통은 우리의 약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길의 일부입니다. 진심으로 아파보고 나서야 누군가의 고통에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고, 또 다시 흔들릴 때도 이전보다 덜 두렵게 됩니다. 삶이 내게 가장 먼저 가르쳐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고통은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껴안고 지나가야 할 친구라는 것.
그리고 고통 속에서 멈추지 않고 살아낸 사람은 그 자체로 더 깊은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울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상처투성이지만 여전히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 그런 이들이 결국 주변을 밝히고, 또 다른 누군가의 길을 밝혀줍니다. 고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지나온다면요.
삶의 고통은 마치 자연의 폭풍우와 같습니다. 그 안에 있을 땐 모든 것이 무너질 것처럼 느껴지지만, 폭풍이 지나고 나면 맑아진 하늘과 더 견고해진 나무처럼 우리도 조금씩 단단해집니다. 고통은 끝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고통 속에서 한 꺼풀 벗겨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깊이에서 더 단단하고 넓은 사람이 되어 갑니다.
2.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진실
우리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배웁니다. 실수 없이 일하고, 감정을 잘 통제하며,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는 강박은 현대인의 공통된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저 역시 완벽하고 싶었고, 실수하는 자신을 쉽게 용납하지 못했습니다.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느낄 땐 괴로웠고, 칭찬받지 못한 날엔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삶은 어느 순간부터 '완벽'이 아니라 '진짜'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실수를 하고, 울고, 상처받고, 때로는 무기력한 날들을 겪는 것이야말로 인간답다는 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조금 덜 힘들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음 속에는 여유가 있고, 성장의 여지가 있습니다. 실수는 배움의 출발점이고, 부족함은 관계를 더 깊게 만들어줍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저는 더 이상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더 관대해졌습니다. 삶은 내게 말해주었습니다. "네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요.
게다가 완벽하지 않음은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문이 되어줍니다. 누구도 흠 없는 삶을 살지 않기에, 오히려 서로의 모난 부분을 인정하고 보듬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짜 연결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진짜 삶이 시작됩니다.
또한 삶은 나에게 때로 '부족함'이야말로 나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도 가르쳐주었습니다. 내가 부족했던 시간, 무너지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단단함이 생겼고,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완벽이 아닌 진심, 실력보다는 진정성이 결국 삶에서 더 오래 기억되는 것임을 깨달으며, 나는 조금씩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3.관계는 선택이고 책임이라는 것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이웃—관계는 삶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관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고,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하며, 어떤 관계는 끊어지는 아픔을 남기기도 합니다.
삶이 내게 가르쳐준 중요한 진실 중 하나는, 관계는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요.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기쁨뿐 아니라 아픔도 함께 짊어지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 한마디, 태도 하나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기대를 내려놓고, 판단을 줄이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관계의 시작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삶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내가 어떤 친구, 가족, 동료였는지.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였는지, 혹은 위로였는지. 책임 있는 관계는 끊임없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갑니다.
또한 삶은 인연의 소중함도 알려주었습니다. 때로는 짧게 스쳐간 인연이 평생 남는 울림이 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이 결국은 나를 가장 아프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저는 관계를 맺는 데 더 신중해졌고, 동시에 소중한 사람에게는 더 많이 표현하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관계는 늘 변하지만, 그 안에 진심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남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우리는 자주 미래에 기대를 걸고, 과거에 얽매이곤 합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나은 내일이 올 거야',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하고 말이죠. 저 역시 늘 미래의 어떤 이상적인 날을 그리며 지금을 소홀히 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삶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네 삶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하루하루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미룬 채 살아갑니다. 행복도, 여유도, 사랑도. 하지만 삶은 지금 여기서 숨 쉬고 있고, 우리가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나 사소한 불편함조차도 전부 우리의 삶입니다.
삶이 내게 가르쳐준 마지막 가치는 바로 '지금'의 중요성입니다.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가요? 지금 하세요. 미뤘던 책을 읽고 싶다면 지금 한 페이지라도 펼치세요.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면, 오늘이 가장 좋은 날입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먼 미래만 바라보며 오늘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 내가 웃고, 오늘 내가 울고, 오늘 내가 누군가와 나눈 따뜻한 인사가 결국 내 삶을 이루는 진짜 조각들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이 내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