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문득 멈춰서서 자문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굴러가는 대로 살아지고 있는 걸까?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품지만, 곧 무심코 흘러가는 하루에 다시 휩쓸리곤 한다. 선택은 내 몫이라고 하지만, 삶의 흐름은 때때로 내 의지를 비껴가 버린다. 주도성과 흐름. 이 두 단어는 대조적인 것 같지만 실은 우리 인생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냥 살아지는 삶과 내가 선택한 삶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세 가지 관점에서 풀어보려 한다.
1.삶을 살아간다는 것과 살아진다는 것의 차이
우리는 자주 사는 대로 사는 것과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을 혼동한다. 겉보기에 둘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내가 매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날지,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외부 상황이나 습관, 타인의 기대에 의해 결정된 루틴을 반복할 뿐이라면 그건 살아지는 삶이다.
예를 들어보자. 직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아무 생각 없이 처리하고, 퇴근 후에는 늘 보던 예능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정해진 약속을 따라 움직이는 삶. 특별히 불만도 없고, 어찌 보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내가 원해서라는 요소가 빠져 있다. 이 삶은 내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제공한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살아진다는 말 속에는 수동성이 담겨 있다. 마치 바람에 밀려가는 배처럼, 방향은 내가 아닌 바람이 정해주는 것이다. 직장에서 하는 일, 인간관계에서의 역할, 심지어 여가 시간마저도 누군가의 일정에 맞추어지는 삶. 처음에는 편안하고 익숙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무력감이나 허무함이 스며든다. 내 인생인데 내가 주인이 아닌 느낌, 그것이 살아지는 삶의 그림자다.
반면에 주도적인 삶은 불편하고 때로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내가 결정한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고, 때로는 실패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확실한 에너지가 있다. 나의 의지로 선택하고 나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 삶은, 삶에 의미와 방향을 부여한다. 그것은 단순히 잘 사는 것을 넘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이 두 삶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2.모든 걸 계획할 수 없는 삶의 흐름 인정하기
주도적인 삶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인생은 우리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예기치 않은 사건, 타인의 선택, 사회적 변화 등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요소들이 언제든 개입한다. 그런 점에서 흐름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성숙한 삶의 자세다.
흐름을 따른다는 건 그냥 흘러가자는 무책임한 방임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겠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에 가깝다. 마치 강을 건너는 사람이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도 적절한 시점에 노를 저어가는 것처럼, 우리는 삶의 흐름에 순응하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건강 문제로 인해 커리어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고 하자. 그동안 꿈꾸던 계획이 멈추는 순간이지만, 이때 흐름을 거부하고 고집만 부리면 더 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을 돌보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설계하는 사람은 이전보다 더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흐름은 때로 기회가 되기도 한다.
흐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변화 앞에서도 유연하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들이 겪은 변화처럼, 우리 모두는 삶의 예측 불가능성을 체감했다. 이때 필요한 건, 흘러가는 상황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읽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 안을 헤엄쳐 나가는 힘이다.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삶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결국은 잘 될 것이라 믿음이 있어야 우리는 흐름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3.흐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
주도성과 흐름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개념이다. 중요한 건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이다. 인생을 내가 만들어가는 영역과,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탄탄하고 유연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우선 스스로의 가치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외부 상황에 휘둘리기보다는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가족과의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일이나 인간관계에서의 선택 역시 그 기준에 따라 조율할 수 있다. 주도적인 삶이란 결국 나의 우선순위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둘째로, 작은 선택에서부터 주도성을 발휘해보자.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지,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같은 사소한 결정조차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훈련이 될 수 있다. 작은 결정들이 모여 큰 방향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선택했다는 자각이며, 그것이 쌓이면 삶 전반의 태도 역시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계획을 세우되 유연성을 남겨두는 태도가 중요하다. 너무 치밀한 계획은 흐름을 거부하게 만들고, 전혀 계획 없는 삶은 방향을 잃게 만든다. 이번 달에는 이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함께, 만약 상황이 바뀌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 균형은 매 순간 점검해야 한다. 어떤 날은 너무 끌려가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너무 통제하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작은 일기나 주간 점검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습관이 있다면,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단지 살아지는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냥 살아지는 삶은 편안할지 몰라도, 어느 순간 공허함을 동반한다. 반대로 내가 선택한 삶은 도전과 불확실성을 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진짜 나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나뉘는 개념이 아니다. 주도성과 흐름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는 데 필요한 두 개의 노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써야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에서 삶의 방향을 잡고 있는가? 선택과 수용 사이, 당신의 삶은 어떤 색으로 채워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