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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지 않는 용기 , 멈춤의 결정도 선택이다

by 콩콩이zz 2025. 6. 12.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진로, 인간관계, 직장,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하나의 결정을 요구한다. 그래서 넌 뭘 할 거야?, 어떤 길을 택할래?라는 질문이 매일같이 던져지고, 우리는 마치 선택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듯한 압박을 느낀다. 사회는 능동적이고 명확하게 방향을 정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며, 선택을 유예하는 것은 미성숙하거나 책임감 없는 태도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모든 선택이 당장 이루어져야 하는 걸까? 때로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일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준비되지 않았거나,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또는 이미 과도하게 선택을 해오느라 지쳐버린 상태일 수도 있다. 선택은 곧 방향이고, 방향은 곧 삶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방향을 무조건 빠르게 정한다고 해서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방향을 정하지 않고 멈추는 것이 더 정확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선택하라고 외치지만, 우리는 묻고 싶다. 왜 지금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가 선택하지 않는 것도, 내 삶을 위한 진지한 결단일 수는 없을까

선택하지 않는 용기 , 멈춤의 결정도 선택이다
선택하지 않는 용기 , 멈춤의 결정도 선택이다

 

 

1.선택을 유예하는 것, 무능이 아니라 성찰이다

우리는 결정을 미룬다는 말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무책임하거나 결단력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선택을 유예하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성찰의 결과일 수 있다. 특히 중대한 선택 앞에서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따라가고 싶은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 먼저다.

요즘처럼 너무 많은 정보와 가능성이 존재하는 시대에서는, 선택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길 앞에 서 있다. 길이 많을수록 하나를 고르는 건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무언가를 택한 뒤에도 다른 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따라온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선택 후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이럴 때 오히려 선택을 미루고 내면의 안정에 집중하는 것이 삶의 중심을 다시 잡는 열쇠가 된다.

예를 들어,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단지 사회의 기준이나 주변의 기대에 따라 급히 선택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후회를 낳을 수 있다. 반면, 당장은 결정하지 않더라도 자신에 대해 더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은 절대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더 진실한 선택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엇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무턱대고 뛰어들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성찰은 느리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 느림을 견디는 용기가 선택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지금은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자기 인식의 깊이를 보여주는 태도다. 그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더 단단한 삶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2.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지키는 것들

선택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버리는 일이다. 하나를 택하면 다른 가능성을 내려놓아야 하고, 그것은 종종 후회나 상실감으로 이어진다. 반면, 때로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지킬 수 있는 것도 있다. 그것은 나의 균형감각일 수도 있고, 감정의 안정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와 가까워질지 말지를 고민할 때, 무리해서 관계를 이어가느니 잠시 거리를 두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이나 프로젝트를 맡을지 말지를 고민할 때, 당장 결과를 만들어내는 대신 잠시 쉬어가는 선택은 내 에너지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 자주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무리한 결정을 내리고 나서야 스스로를 잃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을 선택해오며 그만큼 많이 소진된다. 선택할수록 우리는 피로해진다. 특히 감정노동이 필요한 선택들 예를 들어 관계를 정리하거나, 어떤 기회를 놓치기로 결정하는 일 은 더욱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 이럴 때 잠시 선택을 멈추는 건, 내 감정을 보호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선택하지 않음은 자기 보호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것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경계와 쉼을 허락하는 태도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회복이다.

 

3.선택하지 않는 용기가 주는 진짜 자유

선택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다는 건, 외부의 기대나 시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어떻게 보여질까 를 고민하며 선택을 내린다. 그러나 진짜 자유는 타인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리듬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선택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때 우리는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모두가 달려가는 길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르고, 정말 이 길이 맞는지를 다시 묻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단지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을 넘어서, 삶 전체의 주인으로 다시 설 수 있다.

선택하지 않는 태도는 단순한 미룸이 아니라, 자기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되묻는 시간이다. 이런 질문들은 빠르게 대답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다. 삶의 본질에 가까운 질문일수록, 우리는 오히려 더 오래 침묵 속에 머물러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은 불안하다. 정해진 길을 벗어난다는 건 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타이밍을 되찾고,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 그것이 결국 더 단단하고 진실한 선택으로 이어진다. 선택의 반대는 무책임이 아니라, 여유다. 그 여유는 우리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